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다니엘라벤토스(이재명,이한주 옮김)
"돈이란 똥과 같다.
퍼뜨려지지 않으면 별 쓸모가 없다."
-프랜시스베이컨
만약 일하지 않아도 한 달에 50만 원씩 내 통장으로 들어온다면 어떨까요. 2016년에 번역된 이 책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여했습니다. 복지에 관한 한 가장 활발하고 추진력 있게 실행하는 정치가인 것 같죠. 스위스에서의 기본소득 논의를 계기로 지금도 각국에서 활발하게 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알래스카는 기본소득이 실행되고 있지요. 복지 선진국이었던 유럽도 대규모 실업과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가 심각해졌는데요, 소득재분배의 실현을 위해 기본소득 정책을 도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 경제적 불평등 해결의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해서 생각해볼까 합니다.
저자는 기본소득에 관한 의문들을 하나씩 풀어갑니다. 기본소득은 올바른가, 빈곤 인구에 대한 수당 지급이 빈곤에 대처하는 더 좋은 방법이 아닌가, 기본소득의 자금 조달은 가능한가, 기본소득이 제공된다면 과연 사람들이 노동을 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죠. 정의와 자유에 대한 고찰과 예산확보문제, 기술적 문제와 같은 실질적 제안도 간명하고 논리적으로 쓰여있는데, 윤리적 측면에서만 언급해보겠습니다.
기본소득이란
기본소득이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노동 유무에 상관없이, 가난하든 부유하든 따지지 않고, 가정이라는 영역 내의 동거 형태와 무관하게 국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조건 없는' 지급입니다. 이는 민주주의에서 성별, 인종, 수입, 종교에 상관없이 부여되는 투표권과 매우 유사하지요.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은 수많은 사람의 자유를 해치고 있습니다. 저자는 빈곤은 단순히 궁핍이나 소득 격차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탐욕에 대한 의존, 자부심의 훼손, 고립, 사회적 격리도 빈곤이라고 말합니다.
기본소득은 왜 옳은가, 돈을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기본소득은 사회적 낙인이라는 질병과 같은 현상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직업 선택에 있어서 더 많은 자유를 제공하며, 노동자에게 매우 중요한 한 가지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데, 그것은 '임금을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기본소득이 가능해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하기가 더욱더 쉬워질 것이고,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려는 사람은 위험 부담에 대한 기피를 완화해 더 큰 혁신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기본소득은 노동관계에서 자본가의 힘을 약화할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이 보장하는 소득의 안정성 덕분에 궁지에 몰린 노동자들은 아무리 나쁜 직업이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노동 상황을 설득력 있고, 효과적으로 반대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합니다. 근로조건에 대해서 노동자가 협상력이 강해지면 더 높은 급여와 더 나은 근무환경을 제공할 수밖에 없을 거고요.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정부가 실직자를 돕기 위해 만든 인위적인(도움 안되는) 일자리가 아닌,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사람들의 자존감의 조건이 높아질 것입니다.
현재의 선별적, 조건부 보조금은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추려내고' 스스로 생존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분명하게 '구분 짓는' 모욕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제도이며, 인간의 자존감이라는 측면에서도 기본소득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기본소득은 의존성을 키운다는 비판의 반론
흔히 기본소득을 윤리적으로 비판하는 것 중 하나가 의존성을 키운다는 말인데, 저자는 의존성이라는 말이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판 파레이스의 정의를 인용하며 반론을 제기합니다.
재화에서 이득을 얻으면서 모든 생산비용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불로소득자가 되는 것만 해도 충분히 나쁘다. 하지만 생산에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더 증가시키면서 이득을 얻는 기생충이 되는 것은 더 나쁘다.
의존성이란 말은 이런 데에 쓰는 거라는 일침이었습니다. 부유한 사람들이 상속받은 부로 손가락 까딱 안 하고 살 수 있는 건 당연히 여기면서, 가난한 사람이 어떠한 기여도 하지 않는 삶을 잠시라도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왜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입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는 말이 정의로운 것이라고 주장하겠지만, 그 어떤 사람도 배고픔을 견디거나 굶어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쉽게 직업을 그만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자유로워진 시간을 대다수가 기생하듯 낭비할 것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인간 본성에 관한 생각이 아주 편협하다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매월 기본소득을 받게 된다면?
매월 50만 원이 주어진다면 어떨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월 30만 원이 논의에서 언급된 수준이긴 하지만, 최대한 낙관적으로 50만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나요. 저자도 말했다시피 노동이란 게 유급 노동만 있는 게 아닐겁니다. 가사노동, 봉사활동 등 여러 가지 사회활동이 있습니다. 식구가 없거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일을 안 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소득이 고작 몇십만 원인데, 어떻게 평생 다른 수입원을 찾지 않고 놀 수가 있을까요. 하지만 기본소득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엄청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입이 보장된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더 가질 수 있고, 파트타임의 수입만으로 생활이 가능하다면 남은 시간은 좀 더 가치있는 활동에 쓰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실업급여를 받아도 수급기간까지 취업을 못할까봐 불안하고 취업을 해도 그동안 정말 하기 싫었던 일을 또다시 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직장 내의 모든 불공정과 폭력을 참고 견뎌야 하는 날이 얼마나 많습니까. 직장에서는 내가 그만두면 아주 쉽게 다른 노동자를 구하면 될 뿐, 스트레스를 받아온 차별이나 불합리를 시정할 생각을 하는 직장이 몇이나 될까요. 기본소득이 있다면 분명히 노동자의 지위도 향상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기본소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의 성인이 가진 부가 세계 모든 가구가 보유한 부의 절반이 넘으며, 전체 성인 가운데 하위 50%는 간신히 1%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불행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정말 심각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예산확보의 측면에서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조건적인 보조금이나 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드는 행정력을 줄이고, 불필요한 정책의 삽질을 줄이고 부가 부를 낳는 불공정한 경제, 조세 제도만 고쳐나간다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닐 것 같은데, 앞으로 더 많은 논의의 기회가 생겨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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