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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리뷰

싱어게인 29호 정홍일 도화지같은 신비한 목소리

by ∝♧ 2021. 1. 25.

싱어게인 29호 가수는 정통 헤비메탈 가수 정홍일이었습니다. 알았냐고요? 몰랐습니다. 이런 가수를 몰랐다니 정말 제가 잘못 살아온 것 같아요. 사실 싱어게인에 제가 좋아하는 이선희가 나오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을 겁니다. 너무 격하게 좋아하는 심사위원들의 반응이 좀 공감이 가지 않아서요. 노래는 현장에서 들어야 제맛이긴 해도. 그런데 갈수록 가슴에 확 꽂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29호 가수 정홍일의 노래를 들으면서 말이죠. 그대는 어디에, 제발, 못다핀 꽃 한 송이, 부르는 곡이 모두 하나하나 심상치 않더군요. 그리고 참 착하게 생기신 분이 헤비메탈 가수였다니요.

JTBC싱어게인


정홍일은 바크하우스라는 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했습니다. 솔로로 활동하는 지금은 나의 것, 숨 쉴 수만 있다면 이라는 알려지지 않은 노래도 있습니다. 예전 해비메탈 시절 영상들을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사자처럼 포효하는 그의 시원스러운 음성, 무대를 휘어잡는 카리스마, 역시 정홍일은 락커였습니다. 인터뷰에서 차분하게 읇조리듯 말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게,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는 힘 있는 가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JTBC싱어게인


국내엔 거친 해비메탈의 음성을 잘 녹음해줄 전문 음악 엔지니어도 거의 없다고 하지요. 소외된 장르에서 몇십 년 간 묵묵히 그 길을 걸어온 정홍일이라는 가수를 알게 된 계기가 2021년 TV오디션 프로그램이라니 안타깝습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아이돌 가수, 랩, 트로트 등 뭔가 길러지고 끼워 맞추는 듯한 노래와 목소리를 멀리하게 된 사람들에겐 참 반가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정홍일의 유투브, RED ONE TV를 통해 그의 활동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바크하우스 시절 헤비메탈과 솔로곡뿐 아니라 김현식, 유재하, 김진호 등 수많은 가수의 노래를 커버한 곡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들으면서 느꼈던 것은 정홍일은 누구의 노래를 부르든, 어떤 장르를 부르든 이미 오래전부터 해왔던 자기의 노래처럼(저한테는 원곡보다 좋게 들립니다.) 새롭게 들린다는 건데요, 담백하지만 가슴을 뜨겁게 하는 중저음의 목소리, 또한 거침없이 내지르는 고음의 애절함. 그 목소리는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하얀 도화지처럼 노래를 하기 시작하면 그만의 그림이 되는 것 같습니다. 기교 부리지 않고 투박하게 그린 그림이지만 그 어떤 것보다 가슴에 와 닿는 이유.

정홍일RED-ONE TV


그것은 아마도 한 길을 걸어온, 특히나 배부를 수 없는 장르의 음악을 하면서도 놓지 않았던 그의 순수함이 노래에 묻어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해비메탈의 불모지에서도 덤덤하게 자기 길을 걸어온 것에 경외심마저 듭니다. 그 묵직함이 모든 노래에서 느껴집니다. 어느 성악가와의 콜라보(Musica)나 자장자장(해금연주와 콜라보)이란 노래를 들어보면 신기하게도 그의 목소리는 어떤 장르하고도 부드럽게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심지어 전통악기와도.

신비로운 목소리를 가진 가수 정홍일이 이번 싱어게인을 계기로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맘껏 실험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기회들이 생기기를 진심으로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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